2007년 10월 8일 월요일

노동생산성과 왜곡 보도

한국인의 노동생산성이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언론보도는 절망과 죄책감을 안겨준다.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언론의 보도 뉴앙스로 보면 그렇다. 우리는 한심한 노동자인 것 같다. 하지만 정작 한심한 것은 그렇게 밖에 보도하지 못하는 언론의 수준이다.

필자가 영국에서 처음 대형마켓 계산대에 섰을 때 카운터의 노동자는 동작이 너무 느려서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어딜 가나 비슷해 보였다. 때론 답답함도 느꼈지만 나중에는 참 여유가 있구나 하며 부러워하게 되었다. 저렇게 일해도 4만불이라니... 러시아워는 퇴근 시간인 오후 4시반, 그들은 필자가 일하던 것의 반이나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고작 2만불.

우리는 틀림없이 그들보다 일을 많이 하고 잘 한다. 그런데 어째서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인가? 그것은 노동생산성의 산정 방식이 노동생산성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계산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노동생산성의 산정방식은 투입한 노동시간으로 생산된 물건(서비스)의 가격(양이 아님)을 나눈 것이다. 예를 들면 국민총생산을 국민 총노동시간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물건을 만들어도 그 물건을 비싸게 팔면 노동생산성은 올라간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인식하는 노동의 질과는 관련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회사의 질과 관련이 높다.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노동시간은 큰 차이가 없지만 팔려나가는 가격은 브랜드(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즉 똑같은 질의 노동을 해도 어느 회사의 청바지를 만드냐에 따라 노동생산성을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또 손으로 청바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자동화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질적 노동의 강도와 질은 후자가 더욱 낮다.

그러므로 노동의 생산성이 노동의 질과 관련이 있는 곳은 오히려 투자자 및 경영진과 연구진들의 노동이다. 설비 투자나 마켓팅, 경영 개선, 연구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 노동생산성이 낮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이 노동자의 책임처럼 느껴지게 보도하는 것은 넌샌스다. 노동생산성을 올리려야 한다면 노동자에게 손발 보다는 머리를 쓰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지식사회의 요청이기도 하다. 이는 경영진의 경영 방식에 관련된 몫이다. 언제까지 몸만 부려 돈을 벌려고 한단 말인가?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이 마치 노동자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보도하는 것은 왜곡 보도와 다를 바가 없다. 노동생산성이 왜 낮게 나오는 지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사실 보도이다.

댓글 없음: